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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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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에서 |
번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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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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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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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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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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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1 08 |
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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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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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부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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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일시 : 200610.7-10.8(1박2일)토, 일요일. 맑음
참석인원 : 32명
위치 : 강원도 속초시, 양양군, 인제군
안내 : 대구, 설악산 장
코스 : 7일 : 오색리-설악폭포-대청봉-봉정암(왕복)중청산장(1박) : 8시간 10분 등반
8일 : 희운각산장-공룡능선-마등령-오새암-영시암-백담사 : 10시간 50분 등반
총소요시간(1박 2일) : 19시간 소요
산행 준비물 : 식사2끼, 맨밥도시락 지참(산행 중 아침, 중식사용)
(저녁은 산장에서 라면으로 한 끼), 물통2개, 간식, 후랏쉬
추석을 어제 보낸 후, 연휴를 이용하여 평소 마음먹은 설악산을 가기로 했다. 무박 2일은 아무래도 무리할 것 같아 1박 2일 대청봉, 공룡능선 종주코스를 택했다. 막상 산장에서 하룻밤을 자야하는 부담과 도시락 2개를 준비하자니 신경이 쓰인다. 이왕 나선 길, 범어 로타리에서 05시 출발하는 버스에 올랐다. 출발 전, 준비물이 부실할 것 같아 슈퍼에서 빵이랑, 김밥 한 줄을 더 추가하였다. 버스는 어둠을 뚫고 손살 같이 달려 안동, 양양을 지나니 얕은 산자락엔 간혹 단풍잎이 보인다. 안내원은 버스 안에서 “산장예약은 미리 했지만, 오늘은 전국에서 많이 올라오므로 자리 확보를 위해 이렇게 빨리 갑니다. 그리고 일행 중 13명은 중청산장에서 오늘 묵고, 나머지는 소청산장에서 자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치악 휴게소를 지나니 여긴 횡계일까. 산등성엔 풍력발전소가 흰 팔을 벌리며 빙글빙글 돌아간다. 드디어 양양, 속초 마지막 휴게소, 파도소리 철석거리는 38선 휴게소에 도착하여 잠시 쉬었다간다. 다시 버스는 버섯의 고장, 양양읍내를 돌아 10:45분, 오색 관광단지 매표소에 도착하였다. 우리 팀 13명은 공룡능선을 타기로 하고, 나머지는 구곡 담 계곡을 택했다. 안내원은 출발 전, 공룡능선은 무척 험한 코스라고 말하니 긴장이 되었다. 이름마저 고운 이곳 오색은 출발선부터 가파른 돌계단이다. 한계령에서 출발하면 다소 수월하나 시간이 소요되므로 이 코스를 택했다나. 11:40분, 잠시 쉬었다 강행군이다. 정말 단풍구경은 고사하고 우선 걷는 게 바쁘다. 우리 팀 젊은 단장은 어느 오르막 지점에서 “저 건너편에 보이는 산이 점봉 산”이라 하였다. 만산홍엽의 길을 따라 걸으니 다들 얼굴에도 단풍 빛으로 물든다. 고행길이 등산길이니 오늘도 산 꾼들은 수도하는 자세로 걷는다. 12:15분, 비단물살이 넘실 흐르는 폭포에 도착하여 중식을 즐겼다. 그냥 갈 수 없어 우린 사진을 찍고 13:00 배낭을 둘러맨다. 산에 올 때 마다 느낀 점 하나는, 쉬 오를 수 있는 산은 정말 없어도 마음만 먹으면 다 가능하다는 교훈이다. 14:30분, 대청봉을 향해 열심히 오르는데 어느 방송국 헬기 한대가 취재하러 온 모양 산등성을 한바퀴 돌며 지나간다. 그러나 우린 밑에서 손을 흔들었다. 지금 여긴 대청봉 500m지점 아래다. 드디어 14:55분, 큰 바윗덩어리들이 놓인 대청봉에 오르니 전국에서 달려 온 산 꾼들의 표정이 밝게 빛났다. 다들 고생한 보람. 하지만 우린 4시간 만에 정상에 오른 셈이다. 대청봉엔 약간 희뿌연 날씨였으나 전방은 다 볼 수 있었다. 표석 뒤로는 마천루 같은 바위 덩어리들이 보석처럼 박혔으니 저 위대한 자연의 선물 과히 북녘하늘 아래 있는 금강산과 맞먹는군. 내일 새벽, 기상과 동시에 우린 저 꿈틀거리는 공룡능선을 내려간다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대청봉은 지금 무척 시달리고 있다. 서로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야단법석이다. 그렇다고 안 찍을 수도 없지. 어렵사리 틈새를 이용 몇 캇트 찍고 사방을 둘러보니 눈앞에는 오늘밤 묵고 갈 산장이 보이고 좌로는 내설악, 우로는 외설악, 저 멀리 아련히 속초 앞바다가 보인다. 대청봉에 올라 산세를 둘러보니 금강산이 따로 없네. 내 정녕 설악에 오르니 여기도 금강산과 쌍벽을 이루네. 감탄사를 연발하는 동안 일행은 벌써 산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15:35분, 그리운 산장이다. 내 막상 여기 오니 ‘산장의 여인’ 노래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주위는 무척 북적거린다. 입실절차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일부 사람들은 주민등록증까지 대조 시킨다. 여기가 무슨 타국인가. 16:10분, 우리 팀은 모두 입실 완료하고 나머지는 소청산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우리 팀은 여기까지 왔으므로 나를 포함, 5명은 16:40분 우리나라 사찰 중 가장 높은 해발 1,224m에 위치한 봉정사를 가 보기기로 했다. 무척 가파른 계단 길. 귀암 절벽 사이에 물든 단풍을 보며 사진을 찍었다. 17:25분, 어렵사리 봉정 암에 도착하니 정말 인산인해다. 절 안에는 어디서 온 여성 일까. 모두들 무릎 꿇고 빼곡히 앉아있다. 정말 놀라운 광경이다. 내 이 나이에 그렇게 사람들로 가득 찬 절 처음 보았네. 쪼그리고 앉은 폼들이 모두 부처를 닮았었네. 난 절간에 들리다 아미타불은 보지 못하고 사람 구경만 실컷 했네. 어떤 사람은 오늘 출입자 3천명 이상이라고 했다. 여기서 난 주변사진을 찍다 그만 일행을 놓쳐버렸다. 여기서도 난 5대 적멸보궁의 하나로 석가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5층 사리탑까지 오르기로 했다. 작년 어느 날 TV에서 방영된 봉정 암의 설경은 너무 아름다웠다. 사리탑에 눈꽃송이가 휘날린 그 장면은 전국의 시청자들을 매혹시켰을 것이다. 17:40분, 나는 탑 앞에 경건히 서서 3배를 드리고 내려오니 절 마당에는 공양이 한창이다. 난 도저히 일행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아 일몰 전, 왔던 길 다시 산장으로 되돌아왔다. 어둠이 내리면 아무래도 고생이 많을 것 같았다. 서산마루에 해는 지고 산길 따라 등산객들은 해드라이트를 켜고 내려온다. 난 걸음아! 날 살려라하며 산장에 도착하니 1시간 10분이 소요된다. 코스에도 없는 내설악까지 구경했으니 기쁨 또한 두 배이나 고생은 무진 많았다. 19:00 중청산장에 어렵게 도착하니 어둠속에서도 오늘은 누구 생일인가 보다. “생일 축하합니다.”노래 소리가 들려온다. 이 아름다운 박수소리가 산장 밖 어둠속에서도 후랏시를 켜들고 웃는다. 떠오르는 보름달은 휘영청 웃고 있다. 저 멀리 달빛아래 빛나는 속초 시, 야경은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저 아래 산비탈마다 뒹구는 보석바위들은 마치 동심의 세계 만화 한 쪽이다. 서늘한 초가을 저녁 산길 오르내리는 길목 마다 후랏쉬 불빛으로 가득하다.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 내 시야에 점점 들어오는 산장의 불빛은 마치 한 폭의 동화 같구나. 미처 예약을 못한 산 꾼들은 처마 아래 비닐을 덮고 누웠거나 어떤 사람들은 복도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다. 웅성웅성 지금 밖은 목숨만 붙은 사람들로 가득하지 쓰러진 시체와 뭐가 다를까. 전쟁터가 따로 없다. 저녁은 일행과 함께 라면을 끓여 먹으니 어느 방송국에서 왔을까. 취사장까지 들어와 내 옆 사람께 “기분이 어때요.” 하고 인터뷰를 권한다. 라면은 국물이 많아 싱거웠으나 밥을 말아 후루룩 마시니 제법 추운 날씨 몸이 따뜻하다. 우리가 오늘밤 잠들 이 곳은 2단 침상이나 일행은 운이 좋아 1층에서 잘 수 있었다. 밖 앗 사람들에 비하면 정말 호텔 수준이다. 물론 예약을 한 덕분이지만. 소등은 밤 9시, 하지만 어디 잠을 잘 수가 있나. 벌써부터 내 곁엔 코를 고는 사람들과, 연인끼리 소건거리는 얘기에 잠 못 이룬 밤이었다. 그러나 이 밤 산장에는 별과 달이 휘영청 떠 있어 잠든 사람들을 보니 부러울 따름이다.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뜬 눈으로 일어나니 03:00. 약속된 기상 시간, 지체 할 수가 없었다. 함께한 13명 중 3명은 구곡 담 계곡 코스를 가기로 해 못내 아쉬웠다. 우리 10명은 산장 밖으로 나가 달빛 아래서 스트레칭을 하였다. 03:30분, 능선을 타기 시작하니 공산명월이 따로 없네. 눈앞에 펼쳐진 병풍이 명월일세. 04:40분, 희운 각 산장에 도착, 산행 이틀째 집에서 싸온 맨밥 도시락을 풀어 라면 국물에 또 말아 먹었다. 여기서는 일명 ‘개밥’이라 해도 없어 못 먹을 지경이다. 사방이 침침한 새벽 난 화장실을 다녀오다, 그만 고목 아래 이불을 덮고 누운 등산객을 발견 못해 그 분 배를 발로 슬쩍 찼으나 그 사람은 깊은 잠에 빠졌을까. 아야! 소리도 한 번 않고 꿈틀거릴 뿐이다. 05:40분, 희운 각을 출발, 몇 굽이굽이 밧줄을 타고 급경사를 또 오른다. 여기는 무슨 체력 시험장인가 싶다. 그토록 고생을 했건만 뒤를 돌아보니 설악의 빼어난 기품에 다들 놀라 하며 또 산을 오른다. 그러나 앞 사람은 내 후랏쉬 불빛을 받아가며 내려간다. 혹시 미끄러지면 내가 스틱에 다칠까봐 신경 쓰였다. 그사이 여명이 밝아온다. 이젠 헤드라이트 불빛마저 희미하다. 06:37분, 드디어 신선 암을 통과하니 일출이 떠오른다. 어젠 사리 암에서 일몰을 봤으며, 오늘 새벽은 신선 암에 앉아 해맞이를 보니 설악의 아름다운 비경을 빠짐없이 보았네. 이것 또한 산신령 덕이 아닐까. 07:40분, 여기저기 삐죽삐죽 솟아난 암 능을 타고 오르니 공룡능선 절반 지점인 1275봉이 나타난다. 다들 여기서 한 숨을 내쉬며 에너지를 충진 한다. 까마득한 절벽 아랜 오색단풍이랑 바위가 뒤엉켜 마치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하다. 아! 저 꿈틀거리는 대자연의 신비, 금강산이 안 부럽네. 나는 이 맛에 설악을 찾아왔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난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본다. 반복되는 동작, 거미처럼 붙어 밧줄을 타고 오르니 몸이 휘청거렸다. 자칫하면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긴장이 풀리거나 근육이 이완되면 손을 놓을 것 만 같았다. 정말 여기서는 죽을 수도 있겠군. 아찔한 생각이 두어 번 들었다. 08:07분, 이제 마등령이 1.7km 남았다는 푯말이 보인다. 계속 바위를 타고 오르내리니 긴장이 안 풀린다. 이쯤에서 어느 구간을 통과 쉬는 동안, 동명 면에 근무하는 U계장 부부를 우연히 만나니 얼마나 반가운가. 일행은 지금 미시령 쪽으로 가는 중인데 아파트 주민들과 매월 산행을 한다 하니 다시 한번 놀랐다. 09:55분, 우린 미시령 아래서 휴식을 하고 헤어졌다. 신나게 길을 오르는데, 누군가, 뒤에서 “조금 전 용아릉선을 오르다 경남 사람이 바위에서 굴러 떨어졌다”는 소식을 전했다. 우린 계속 긴장을 풀지 않고 내려오니 11:00분, 오세 암에 도착하니 예상보다 걸음이 빨라 평상에 앉아 쉬다 염불 소리를 들으며 영시 암으로 향했다. 더 이상 하산하면 점심 먹을 곳이 마땅찮아 일행은 맨밥 도시락을 같이 풀어 놓아도 너무 행복하였다. 산을 찾는 묘미는 여기에 있다. 모르는 남남끼리 만나더라도 금방 한 가족이 되는 이 즐거움. 다들 여유가 있어 보인다. 백담사로 향하는 수렴 동 계곡물이 너무 맑아 나를 유혹했다. 다들 발을 담구니 발이 시리다. 이 가뭄에도 맑은 물이 흐르니 자랑스럽다. 씻은 듯 피로를 풀고 영시 암을 지나니 계곡물은 갈수록 더 맑다. 만산홍엽 길을 나는 걸어가고, 계곡물은 은빛처럼 빛나니 이 깊은 산 중의 스님인들 지금처럼 이 달콤한 맛을 누가 봤을까. 얼마나 걸었을까. 다소 평평한 길 보행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저기 ‘도랑건너 보이는 기와집이 백담사’라고 누가 뒤에서 말했다. 그 소리를 들으니 힘이 더 난다. 절은 점점 가까워진다. 말로만 듣던 이곳 백담사. 생각보다 너무 큰 절이다. 한 때, 잘 나가던 5공 시절 대통령이 키웠다나. 다리에 도착하니 14:20분. 어제 오늘 총 19시간을 걸었어도 내 무릎에 이상이 없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셔틀버스를 기다리니 사람들은 부지기수다. 다리위에서 반시간을 넘게 줄서 기다려 버스를 탔다. 끝까지 인내하며 가는 등산길이 곧 삶의 길을 배우는 도장이다. 뽀얀 먼지를 날리며 달려오는 미니버스에 다들 오른다. 어느 순수 예술가가의 솜씨일까. 난 또 언제 백담사계곡을 찾으랴. 흐르는 물소리를 따라 고개는 자꾸 창밖을 향했다.
설악: 좋은경험 좋은산행 감사합니다 . 다음에는 용아릉에 도전하셔도 좋습니다 -[11/03-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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