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리산 산행의 물꼬를 트다 ◆
아~~~!! 지리산
단풍의 유혹이 아니어도 꼭 가보고 싶은 산이 바로 지리산이었는데..
꿈에도 그리던 지리산 산행의 물꼬를 텃다
작년 7월초 안내산악회를 따라 산행을 다녀온지 1년이 넘어,
정말 오랜만에 가 보는 긴 산행이기에 두려움도 있었지만
한걸음 한걸음 산행길을 채워 나간다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기로 했다
같은 차량에 탄 산님들 중에 준족님들은 뱀사골에 하차하고
우리는 성삼재를 향해서 계속 달렸다
뱀사골에서 출발하는 산님들은 우리보다 더 긴 산행을 하고 같은 목적지에 도착한다
성삼재 주차장엔 이미 많은 단풍객들이 앞다투며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등산화를 고쳐매고 심호흡을 하며 지리산 자락을 밟기 시작했다
진정 산님들의 마지막 소망인 지리산 무박종주의 시작점을 나도 밟았구나
하는 생각에 벅찬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는 구들장같은 돌들이 길을 덮고 있었다
자연을 벗삼아 흙길을 밟고 싶었는데 돌길을 만들 때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으리라
천왕봉,반야봉과 함께 지리산 3대봉의 하나인 노고단은
신라시대의 화랑국선의 연무도장이며 제단을 만들어 산신제를 지낸 영봉이기도 하단다
노고단 석탑을 보니 그 옛날 선인들의 소중한 소망과 정성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노고단을 지나 임걸령을 향해 가는 발걸음이 힘들기보다는 상큼한 공기탓일까 아직은 산책길 같았다
임걸령에는 지리산 맑은 물을 그대로 맛 볼 수 있는 샘이 있다
쪽박에 물을 가득 떠서 한모금 들이키니 온 몸에 쌓인 먼지가 한꺼번에 씻기는 것 같았다
임걸령 샘물 맛은 뭐랄까...맑고 시원하며 참 투명한 맛 같았다
◆ 임걸령 샘터에서... ◆
아까운 임걸령 샘물을 뒤로하고 노루목을 향했다
이름 그대로 노루가 다니던 길목이 노루목이었을까?
그 옛날로 돌아가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봤다..ㅎㅎ
삼도봉...
경상남도,전라남도,전라북도의 경계에 위치한 봉우리
지리산 종주객들이 꼭 거쳐야 하는 봉우리가 바로 삼도봉이라 한다
삼도봉에서 바라보는 지리산의 산새를 보면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아직 여물지 못한 단풍이기에 안타까움은 있었지만 삼도를 한꺼번에 다 밟을 수 있었으니...
◆ 반야봉을 배경으로 삼도봉에서... ◆
이제 나의 지옥같은 하산길이 시작된다
삼도봉에서 불무장등으로의 하산길은 장난이 아니었다
불무장등...뜻을 풀이해 보자면 장등이 아니없다 즉...오르막의 무게가 크다는 뜻이다
오를 때 힘든길은 하산시에도 무지 힘들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것처럼
불무장등으로 향하는 첫길은 말 그대로 요새를 내려가는 것 같았다
계속 이어지는 능선은 키작은 산죽들 천지였다
그 많은 산죽에 가리워진 등산길을 찾아 헤치며 헤치며 얼마를 걸었던가
능선길 막바지에 직전마을로 향하는 하산길이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긴 거리를 걷기에 다리에 무리가 왔다
깊은 하산길은 나에겐 독과 같은 고난이었다
아픔을 무릎쓰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길을 향해 걷고 또 걸었다
단풍을 찾아 간 산행이 산죽과 씨름하는 고행길이 되어 버렸다
아픈다리를 끌고 얼마나 걸었을까..
저 멀리서 들리는 차량소리와 개 짖는 소리는 나에게 힘을 주었다
피아골 직전마을로 내려와서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계곡에 발을 담궜다
시린 발로 산뜻함을 느끼고 그래도 지리산의 작은 일부지만 성공했다는 만족감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지리산, 설악산 무박종주가 힘이 들어도 재미있다고 한 울방님은 오늘 산행이 별 부담이 없는 산행 이었겠지만
나에게는 진정한 등산의 묘미를 느끼게 해 준 산행이었던 것 같다
이제...
누군가의 말처럼 왜 산에 가느냐고 물으면
나도 산이 거기 있으니까라고 대답하며 또 다른 산행을 계획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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