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 산
일시 : 2006. 11. 5. 일요일. 흐림
참석인원 ; 9명
위치 : 전북, 순창군
안내 ; 대구 설악 산장
코스 ; 입구주차장-병풍폭포-강천사-현수교-광덕산-시루봉-북바위-쉼터-강천 제2호수
(저수지)-구장군폭포-왕자봉(583m)-강천사-주차장
소요시간 : 7시간 30분
‘꽃보다 낙엽이 아름다운 계절’
늘 산은 내가 가만히 있으면,
나에게로 걸어오지 않으므로
내가 먼저 산을 찾기로 했다.
어제부터 가을비가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있었으나 산행을 강행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예보는 어디까지나 예보니까. 금주 산행은 이름도 생소한 ‘강천 산’ 군립공원이다. 버스에 오른 안내원은 “강천 산은 지리산에 가려 빛을 제대로 못 보고 있다”라고 하였다. 버스는 대구에서 06:00에 출발하니 다른 산악회 버스들도 불을 밝히고 달린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저 버스들은 다들 어디로 갈까?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질주한다. 버스는 88고속도로를 따라 지리산 휴게소에 도착하니 놀랍게도 대기 중인 아홉 대 버스 모두가 대구, 경북 차다. 불경기를 반영하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산사나이들이 많을까. 예상대로 09:10분, 강천 산 입구에 도착하였다. 오늘 산행은 총 33명이 버스에 탑승했으나 안내원을 포함 9명을 제외하곤 내장산으로 향했다. 2주전 다녀온 내장산, 지금은 재대로 단풍구경을 할 수 있을지. 입구에 내리니 제법 쌀쌀한 날씨 금방 비라도 올 것 같다. 가족 같은 분위기 우린 매표소를 거쳐 들어가니 놀라운 폭포가 눈에 들어온다. 이름 하여 병풍폭포. 금강 교 앞엔 ‘호남의 금강. 강천 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이곳의 특징이라고 하면 산길에 모래를 깔아 맨발로 다닐 수 있게 하였다. 웰빙 시대를 맞아 맞춤형 건강비법이라 할까. 그러고 보니 신발을 손에 들고 걷는 사람들이 보인다. 단풍색깔은 너무 곱다. 오히려 어린나무들은 내장산보다 더 색깔이 곱지 않을까. 오늘 일행들은 연식이 다들 좋아 잘 걷는다. 신나게 길을 걷던 중 굵은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더니 천둥이 내려쳤다. 아이쿠! 오늘 등산 고생 꽤나 하겠군 싶었는데 그러나 금방 비가 멈춘다. 강천 사는 올 때 보기로 하고 곧장 산길 따라 오르니 붉은 구름다리가 하늘에 걸려 단풍과 잘 어울린다. 다리 입구에 서니 젊은 주부 한명이 포즈를 잡았다. 폰 카메라에 사진을 담아 다시 능선을 탔다. 10:25분 팔각정에 오르니 한 줄기 강풍이 얼굴을 스친다. 여기서부터는 다들 걸음이 너무 빨라 속도를 줄이기로 했다. 오르막 길 다시 오르니 11:00 광덕 산에 도착하다. 다시 내리막, 길 철 계단을 타고 덜컹덜컹 내려가니 앞에 가던 아저씨가 낙엽 길 자갈에 미끄러져 넘어졌다. 부부는 서로 닮는가 보다. 연달아 아줌마도 엉덩방아를 찧는다. 내리막길 서니 11:40분, 헬기장이다. 일행은 다시 모여 안내원과 함께 시루 봉을 향하니 발아랜 산 꾼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시루 봉을 타고 내려오니 여기서는 금성 산성이다. 성 위 판돌을 밟고 내려오니 자꾸 몸이 바람처럼 흔들린다. 동문을 지나 12:20분, 북 바위에 오르니 주변 경관이 한 눈에 들어온다. 여기에 놓인 소나무 한 그루는 수형이 너무 잘 생겼다. 비바람과 싸운 자취가 엿보인다. 뒤 따라온 일행은 구경도 않고 저만치 성을 오르고 있다. 점심시간을 지나니 배가 고프다. 안내원은 “숲이 있는 저 쉼터에서 점심을 먹읍시다.”라고 말했다. 산성을 오르는 동안엔 마치 동심의 세계에 온 듯 징검다리 건너는 기분이며, 혹은 장수가 되어 작전지시를 하는 기분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쉼터에 도착했다. 아까부터 온다던 비는 아니 오고 햇살이 따가워 그늘 아래서 식사를 하니 어디서 몰려올까. 주변엔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를 두고 마치 보살 소쿠리에 쥐들이 노는 것 같다. 라고 할까. 일행 중 한 명은 복 분자 술 한잔씩을 권했다. 식후, 우린 얼른 사람들을 피해 하산하기로 했다. 량보다 질을 선택했다. 북문에서 제2 형제 봉, 지루한 코스보다는 오히려 풍광이 더 좋다는 내리막길을 택했다. 이제 서서히 다리가 풀리기 시작한다. 낙엽 단풍길 철 계단을 내려오니 13:40분, 저수지에 도착, 물밑을 내려보니 팔뚝만한 비단잉어 떼들이 유유히 놀고 있었다. 시원한 물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니 쌓인 피로가 가신다. 휴식도 잠시, 우린 구장군폭포를 보기 위해 저수지 밑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지금 폭포는 확장 공사 중이나 작은 폭포에서 흘러내리는 두 줄기 물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아! 정말
명소를 아니 보고 지나가는 저 나그네
그 분의 눈은 과연 멀었을까.
심장이 무디어 졌을까.
뚝뚝, 떨어지는 저 목화송이들
난 아이들처럼 하늘을 바라보며
입만 따악 열었습니다.
폭포를 지나니 아까 오를 때 본 현수교가 다시 나타났다. 아기자기하고도 절묘한 코스 밑에서 바라보니 저 아름다운 공사를 어떻게 시공 했을까. 다리 위로는 사람들이 떼 지어 가고 있다. 온 사방 단풍은 꽃으로 물들고 연인들은 사진 찍기에 분주하다. 난 잠시 꽃 속에 묻혀 정신을 잃고 말았다. 즐거움도 잠시 일행은 다시 고난의 길을 택했다. 이왕 여기까지 온 몸, 정상을 두고 그냥 하산 할 수 없지 않은가. 왕자 봉으로 가는 길. 여기서부터는 가파른 길이다. 아마 식후, 마지막 체력 테스트장이 될 것 같다. 배낭을 내려 물 한 모금을 마신후 다시 허리띠를 맨다. 수많은 돌계단 길, 나무뿌리를 휘여 잡고 밧줄을 타고 오르니 밋밋한 왕자 봉(583m)이다. 15:00분, 정상에서 주변을 한바퀴 비잉 둘러보니 광덕 산, 시루 봉, 북 바위가 병풍처럼 펼쳐있다. 폰 카메라는 다 찍었을까. 이젠 더 이상 입력이 안 된다. 정상에 오른 우리 세 명은 기분을 전환하고 다시 내려왔다. 나머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아마 수월한 길을 택한 모양이다. 여기서 우린 강천 사를 보기 위해 왔던 길 내려와 현수교 밑을 통과하니 다시 모랫길이다. 절 길을 따라 단풍 숲을 지나는 동안 불교음악은 은은히 퍼져 개울물과 함께 흐른다. 지금 걷는 모래밭은 해변처럼 자유롭다. 오전보다 훨씬 많은 산 꾼들이 몰려온다. 지금 내 앞의 한 여인은 긴 머리 철렁거리며 맨 발로 걷는다. 붉은 물결이 낙엽 길에 떨어진다. 어느새 물감처럼 퍼져나간다. 단풍잎은 군중 속에서 우리를 보고환영 한다. 개울가 억새풀은 바위와 뒤엉켜 지나가는 발길을 사로잡네. 여기서는 너도나도 사진 찍기에 분주하다. 이제 나도 혼자 몸이다. 아니 혼자 걷는 것이 지금부터는 더 아름답다. 한창 길을 걷는데 둘째 딸로부터 폰이 울렸다. “아빠 지금 어디지?” “아- 지금 내가 순창 왔지“ 라고 하니 ”아빠 다음주에 또 등산 가니? 라고 물었다. 이젠 다 큰 딸애도 등산을 가고픈 모양이다. 올 가을, 단풍이 더 이상 지기 전에 둘째딸애랑 한 번 더 가고픈 등산, 다음주가 기다려진다.
16:40분, 주차장에서 헤어진 가족을 다시 만나니 언제 왔느냐며 반긴다.
전북 순창을 찾아 강천 산에 오르니
병풍폭포는 낙화유수처럼 바람에 휘날려
산 길 모래밭엔
가을 길을 재촉하는 맨발의 연인들
잘 익은 단풍잎은 수줍은 얼굴로
나그네 손님을 맞이하고,
시루 봉, 북 바위에 이르는 길은
묵은 성터 위를 내가 걸어간다
장엄한 구장군 폭포를 거쳐
왕자 봉 면류관에 오르니
장하도다. 산 꾼들이여!
대한 남아기백 또 한번 외쳐보자
* 오늘 우리 산행 안내원님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다음 만날 때 까지
화이팅!
 설악: 감사합니다 -[11/17-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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